분홍색으로 잔뜩 칠해진 방과 푹신한 베개 귀여운 토끼 인형 그리고 예쁘게 꾸며진 공주님 장난감 넓은 방에 하나둘씩 채워지는 비싸 보이는 리본 드레스까지 매일 매일 원하는 걸 물어보지만 당신들은 줄 수 없잖아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을 다정하게 잘 자라며 읽어 주는 동화책 이야기를
왜 차려입고 왔냐니. 근처에 일도 좀 있었고··· 요즘 아이들은 아닌 척 보호자의 차림새도 본다 하니까. 저번에 그랬잖아. 친구들이 교문 앞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 해서 봤더니 선생님이었다고. ······ 나야 괜찮지만 네가 괜한 오해를 받는 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니라 좀 노력해봤어.
휴일을 방해해서 미안하다만, 에리를 위해 가볍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 연극을 준비할까 해. 그래서 너희가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구나. 에리가 왕자님 배역이거든. 공주님 역할은 여학생들이 맡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다들 친절하면서 성격도 좋고, 문제를 일으킨 편도 아니니까··· 조건에 딱 맞아.
선생님이 해줄까, 이렇게 묻지 않아도 선생님한테 말하면 해주실 거라 믿어. 그렇게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 곁에 있어줄 사람들의 다정함을 차차 알아나가게 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어른들에게 의지하는 방법도요. 그러니 한 발자국 앞에서 기다려줘야죠. 에리가 잘 걸어오나 볼 수 있게.
에리는 부탁을 할 때 운을 띄우는 것보다 제 눈을 먼저 봅니다. 호의적인 사람임을 알아도 잠시 망설여요. 꼬물거리는 손이 꼭 엉킨 마음 같이 보이더군요. 부탁하면 선생님이 풀어줄 걸 아는데도 검지 하나 잡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덜컥 내밀 수는 없어요. 가르쳐줘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