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고 그른지. 보통 행위의 선악 구분을 기조로 둘 때는 정답이 명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길만이 옳다, 어떤 인생만이 정상이자 정답이다, 이런 건 초장부터 오류투성이의 논쟁이야. 오랜 시간 쌓여진 기틀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는 않지. 사회가 내세우는 정상성은 대개 그렇고.
사람은 획일화된 동물이 아냐. 정상이라는 틀에 누군가는 근육을 틀어 몸을 구겨 넣어야 하고, 다른 누군가는 팔이나 다리 부분이 비거나, 애초에 들어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람도 있어. 모두를 포함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규범을 보통의 경우라 여길 수 있는가. 아니, 아니지. 알고 있지 않나?
수고 많으십니다. 프로 히어로 이레이저 헤드입니다. 면허는 여기 있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아무래도 언더그라운드다 보니 오해하실 수도 있죠. 활동에도 꽤 지장이 생겼어서. 그래도 확실하게 해두자면 저 녀석들이 따라온 겁니다. 무슨 여자애들이 아저씨 상대로 추격전을······.
오늘따라 밤이 유독 어둡네. 그렇지? 옥상은 죄 차가운 것들이라 기댈 곳이 없어. 그러다 보니 조금이나마 따듯해지려 했던 다짐도 금방 외롭게 식어버리거든. 그래도 운이 좋았어. 내가 자주 머무는 곳에 와줘서 감사할 따름이야. 아저씨 손 잡고 얼른 내려가자. 데워줄게. 이래 보여도 열이 많아.
좀처럼 멈출 수가 없었어. 계절이 바뀌는 걸 알 수 없었어. 그야 내 눈은 맹목적이었고 귓가에는 세찬 빗소리 같은 이명만 반복되었으니까.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어. 몸에 바늘이 꽂혀도. 찢어진 근육이 울부짖어도. 거미줄처럼 쪼개질 듯한 눈에도. 레이스 같았어. 결승선 따위 없는.
이 세상에 분명 이상적인 히어로는 존재하지만, 자리 자체는 마냥 이상적일 수 없어. 학교 밖으로 나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환상은 순간이고 우리가 이겨야 할 괴리감은 평생이지. 의지와 의미를 정확한 곳에 둬야 한다. ‘히어로’인 내가 아닌, 히어로인 ‘나’로. 무슨 차이인지 알겠니?
원점, 오리진은 단순히 동기부여 같은 게 아냐. 성장과 가치, 또는 포괄적으로 정체성을 포함하기도 한다. 되고 싶었던 꿈에 모든 걸 의탁하면 나라는 존재는 흐려지기 마련이야. 소위 주객전도지. 원점인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항상 어느 한쪽에 치우쳐지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