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얼마 전
어깨 통증이 심해 한의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어깨를 쓱 만져보더니
"이건 거의 돌덩이네요,
그동안 혼자 얼마나 큰 짐을 지고 사셨습니까" 하고
갑자기 왈칵 눈물을 쏟더라는 거임.
평소 팍팍한 삶에 지쳤던 지인은
그 한마디에 속으로 엄청 울컥해서
인생의 귀인을 만난 듯 감동받았는데
치료 끝나고 나오니까
간호사가 살짝 불러서 말해주기를
원장님이 얼마 전 안구건조증 수술을 받으셔서
밝은 조명만 보면 눈물이 맺히는 거라
절대 오해하지 말라 했다 함.
결국 낭만적인 인생 위로는커녕
그냥 담 든 어깨와
눈물 흘리는 한의사만 남은 거임.
이별 후에 제일 비참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
상대가 나 없이 잘 사는 걸 보거나
새 연인을 만났을 때가 아님.
연애하는 동안 상대한테 맞추느라
내가 뭘 좋아하던 사람이었는지
내 원래 취향과 일상이
통째로 지워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임.
주말에 혼자 뭘 해야 할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조차
전부 그 사람 위주로 살았던 탓에
내 일상이 온통 껍데기처럼 느껴지는 거임.
결국 이별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은
그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나를 다 내어주고
텅 비어버린 내 모습을 마주하는 공포임.
사랑을 하더라도
내 세계의 중심만큼은
내가 쥐고 있어야 하는 이유임.
아는 지인이 아버지한테
처음으로 첫 월급 털어서
고급 패딩을 선물해 드렸다고 함.
아버지가 옷을 보자마자
"돈도 없는데 이런 걸 뭐 하러 사 왔냐"며
괜히 퉁명스럽게 화를 내시길래
지인도 서운해서 한동안 본가에 안 갔다고 함.
근데 얼마 뒤 어머니한테
사진 한 장을 받게 됨.
아버지가 아직 쌀쌀해지지도 않았는데
그 패딩을 집 안에서 몰래 꺼내 입고
거울 앞에서 온갖 포즈를 취하고 계신 거임.
동네 경로당에 가셔서도
"우리 애가 사준 거라 역시 다르다"며
온종일 자랑을 입에 달고 사셨다 함.
부모님의 무뚝뚝한 억지 핀잔은
사실 자식한테 받은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줍은 표현이었던 거임.
알고 보니 그 손님은 바로 건너편에
새로 오픈한 경쟁 카페 사장이었음.
자기 매장 손님이 자꾸 줄어드니까
이 집 커피 맛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던 거임.
일부러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원두 조합이랑 추출 시간을 유심히 관찰하고
슬쩍 꼬치꼬치 물어보던 거였음.
이유를 알게 된 사장님이 어이없어하며
"그렇게 연구하셔도 저희 비법 레시피는 안 가르쳐드립니다"
하고 쐐기를 박아버렸다 함.
결국 그 손님은 민망해하며 다신 안 나타났고
매장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 함.
남의 성공을 꼼수로 훔쳐보려 하기 전에
자기 기본기부터 다지는 게 먼저라는 거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