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에게는 어릴 적부터 특이한 증상이 있다. 쉬운 단어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폴리아몰리랄까? 즉 동시에 여러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병이다. 장난처럼 들리겠지만 절대 웃자고 던지는 농담 같은 게 아니다. 도내 어느 병원을 찾아가도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건 듣는 약도 없어요. 마에다군에게 주의를 주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리쿠는 그 순간에도...
내 이름은 니시무라 신. 2004년 4월 5일 출생. 니시무라 그룹의 외손자로 쭉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으며 대학 4학년인 현재는 니시무라 그룹에 조기 입사해 직장인의 삶에 적응 중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내 인생을 부러워할 테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지나치게 따분하다. 경영 수업을 명목으로 임원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했더니 이젠 부장님마저 내...
유우시가 또 차였다. 마나가 꽂아준 키티 핀 꽂은 채 서러운 듯 훌쩍거리는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한다. 도대체 반장의 어디가 좋은 거지? 얘도 취향 한 번 특이하다니까…. 저 멀리 죄인인 양 어깨를 한껏 굽힌 반장의 등짝을 바라보니 괜히 심술이 났다. 자기가 차긴 왜 찬대… 복에 겨웠네 아주. 한참을 푹 익은 물만두처럼 훌쩍이던 유우시가 겨우 리쿠의...
소재주의(수인물) 고양이를 주웠다. 아니, 구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지도? 발단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처럼 바이토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리쿠는 길바닥에 쓰러진 낯선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히 취객인 줄 알았으나 가까이 다가선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허름한 옷에 낡아빠진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남자는...
소재주의(수인물) 무슨 고양이가 아니라 자석 같네…. 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유우시가 거의 매달리다시피 리쿠의 팔을 끌어안은 탓이다. 다 씹어 삼키면 바로 아ㅡ 입 벌리는 것까지 영락없는 아기랄까? 물론 유우시가 아기 고양이인 건 맞지만 혼자서 밥을 못 먹는 수준은 아니다. 수인 특유의 초고속 성장을 거쳐 그런 시절은 일주일 만에 졸업했으니까. 그런...
소재주의(수인물) 나 마에다 리쿠에겐 고양이가 있다. 원래 키울 마음은 없었지만, 시스템 오류로 느닷없이 나타난 거지만, 그 결과 강제적으로 간택 당해버렸지만… 막상 키우고 보니 얘가 없는 삶은 참 무료했던 거구나 싶게 만드는 천방지축 고양이. 보통 이 정도로 끝맺어야 정상일 테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와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꼭 자식 같지만 알고 보면...
소재주의(수인물) 유우시를 키우기로 결심한 후 엄마, 아빠에겐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경계심 많기로 유명한 토끼가 늑대 무리 속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당시 리쿠는 어린 마음에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유우시를 키우지 않으면 되잖아? 새로운 토끼 부모를 찾아준다든가? 그러나 엄마, 아빠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른...
소재주의(수인물) 중학생이 되어 처음 교복을 입기 시작했을 무렵 유우시를 향한 애증이 극에 달했다. 나도 아직 애긴데 왜 엄마는 맨날 유우시만 챙겨? 매일 떼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당시 유우시는 유치원생에 불과했고, 라이벌로 두기엔 너무 작고 하찮았기 때문이다. 이차 성징이 시작된 리쿠는 제법 늑대의 폼을 갖췄지만 유우시는 아직...
소재주의(수인물) 귀엽게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유우시는 어릴 때부터 막무가내였다. 자기 기분 따라 형이랬다가 친구랬다가…. 나를 좋아하나? 라기에는 이 형 저 형 뒤꽁무니 졸졸 쫓으며 고백 테러하는 게 취미였어서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잘 안 풀리면 꼭 나한테 와서 풀곤 했다. 한 번은 몇 달 짝사랑하던 형한테 까이고 돌아와 이렇게 소리쳤었지....
영화에서 본 적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 흔히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표현하던가? 가족과 함께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라든가, 사랑하는 연인 혹은 배우자의 얼굴이라든가. 이대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는 미련에서 비롯되는 잔해들. 그러니까 후쿠이행 신칸센이 난데없는 추돌 사고로 탈선한 순간 리쿠는 가족들의 얼굴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