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아 가만히 좀 있어라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바빴어요.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후련해보이셨던 이유를 감히 짐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죄송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건데. 하지만 이해해주실 거죠? 해보셔서 알잖아요. 솔직히 가끔은 제가 평범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그렇기 때문에 이 부조리한 근무 시간을 견디고 있단...
*남친대행서비스 테이블 위에 놓인 빳빳하고 매끄러운 질감의 종이 한 장. 금박이 새겨진 종이가 조명 아래 반짝였다. 익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 하나. 그리고 그 아래 한 줄. 소중한 분을 초대합니다. 은석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민은 여전히 말이 많았다. 변명인지 고백인지 모를 문장들이 그의 입술 틈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모두가 마운드 위를 주목한다. "9회 말, 쓰리 볼, 투 스트라이크. 그러나 2사 만루, 이제 정성찬 선수 공 하나로 경기의 끝맺음이 결정됩니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다는 것. "정성찬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서 역할을 아직까진 해내지 못 한 모습이거든요." 그렇게 정성찬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찬스를 다시 한 번 더 던진다. "아- 밀어내기...
송은석은 계절을 타지 않는 인간이었다. 칠 월 한낮의 아스팔트가 아지랑이를 뿜으며 녹아내릴 때도, 십이 월 첫눈이 내려 세상을 새하얗게 물들일 때도 송은석은 항상 동일한 온도를 유지했다. 더운 날엔 셔츠 단추를 한두 개 끌러 옷깃을 몇 번 팔랑이고, 추운 날엔 몸을 웅크리며 옷을 여미는 게 그가 취하는 계절에 대한 단순한 타협이었다. 책상 모서리에 뺨을...
한국어 이탈리아어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어?" 한동안 멍때리던 은석이 뒤늦게 체칠리아를 바라봤다. 이내 체칠리아는 장난스럽게 찡그렸던 표정을 펴고 웃었다. "이번에 밀라노에서 새로 참여하는 전시 말이야." "응." "조각이 아니라 회화 쪽이라며?" "맞아." 송은석은 이탈리아의 미술관에서 일한다. 지금까지 여러 지역의 미술관을 떠돌며 일해왔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