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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모리 시장에서 사과 파는 할머니랑 10분 동안 대화했는데 나는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음
일본어 2년 공부하고 간 거라 사과 몇 개 사는 정도는 자신 있었음
할머니가 사과 하나를 들고 뭐라고 길게 말씀하셨고 나는 일단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음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할머니가 봉지에 사과를 하나씩 더 넣으셨음
할머니가 사과 한 조각을 깎아서 내 입 앞에 내밀고 "케" 한 글자만 하셔서 받아먹었음
옆 가게 할아버지가 그걸 보더니 박수를 치면서 뭐라고 한마디 하셨는데 그것도 못 알아들었음
내 일본어가 이 정도였구나 싶었음
봉지는 이미 사과 일곱 개로 터지기 직전이었음
같이 여행 온 도쿄 친구 사키를 불러서 통역 좀 해달라고 했음
사키가 할머니 말을 한참 듣더니 나를 돌아보고
일본 후쿠오카 민박에서 아침마다 할아버지한테 물통을 건넸는데 할아버지 귀가 점점 빨개졌음
한국에서 일본어 학원을 오래 다니고 간 여행이라 웬만한 말은 알아들을 자신이 있었음
첫날 아침 할머니가 밭에 나가는 할아버지 등에 대고 「스이토-」라고 했음
스이토는 물통이니까 할아버지가 물통을 두고 나가시는구나 싶었음
나는 신발장 옆 물통을 집어 들고 현관까지 뛰어가서 할아버지 손에 쥐여 드렸음
할아버지는 물통을 받더니 할머니 쪽을 한 번 보고 아무 말 없이 나갔음
다음 날도 할머니가 「스이토-」 했고 나는 이번엔 물까지 가득 채워서 건넸음
그다음 날은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둘러 신발을 신고 있었음
할머니는 그때마다 밥주걱으로 입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였음
내 일본어가 드디어 남의 집 살림에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서 꽤 뿌듯했음
마지막 날 아침 내가 물통을 들고 현관에 서 있자 할머니가 결국 주걱을 내려놓더니
「그거 물통 말고 좋아한다는 말이야」
할머니가 이번엔 아주 천천히 표준어로 다시 말해 줘서 알아들었음
후쿠오카 하카타 사투리로 「스이토-」는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함
표준어로 물통도 「스이토-」라서 일본어를 배운 사람일수록 헷갈린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여보 사랑해」 하는데 옆에서 「여보세요?」 하고 전화기를 건넨 거랑 비슷함
귀가 빨개진 것도 서둘러 신발 신은 것도 주걱 뒤에서 웃은 것도 전부 그 한마디 때문이었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40년 동안 대답을 한 번도 안 했다고 나한테 일러바쳤음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신문만 펼치고 끝까지 고개를 안 들었음
그런데 내가 떠나는 날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물통을 내밀면서 아주 작게 「스이토-」 했음
할머니는 물통을 끌어안고 부엌에서 한참 웃었음
지금도 할머니가 사진을 보내 주는데 할아버지 물통에 「스이토」라고 크게 써 있음
일본 나라 공원에서 사슴한테 고개 숙여 인사했는데 사슴들이 줄지어 나를 따라왔음
한국에서 온 첫 일본 여행이라 센베이도 안 사고 사진만 찍고 올 생각이었음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사슴도 똑같이 고개를 꾸벅 숙였음
신기해서 한 번 더 숙였더니 옆에 있던 사슴 두 마리까지 같이 숙였음
그 뒤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슴이 하나둘 늘어나서 내 뒤를 따라왔음
길가에서 사슴 센베이를 파는 할머니는 나를 보고 손뼉을 치며 웃었음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사슴 행렬을 찍으면서 나한테 엄지를 들어 보였음
한국에서 배운 인사 예절이 사슴한테도 통하는구나 싶어서 꽤 뿌듯했음
그런데 맨 앞 사슴이 갑자기 내 지도를 물고 당겼고 센베이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그 애들은 인사한 게 아니라 센베이 달라고 한 거야」
나라 사슴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면 따라 숙이는데 그게 먹이를 달라는 신호라고 함
먼저 숙여 주는 사람은 센베이를 주는 사람이라고 사슴들이 배운 거라고 함
한국으로 치면 단골이 가게에 들어와서 「늘 먹던 걸로」 하고 고개만 까딱하는 거랑 비슷함
꾸벅 숙인 것도 줄지어 따라온 것도 지도를 문 것도 전부 센베이 주문이었던 거임
할머니가 손뼉 친 건 센베이도 없이 인사만 하고 다니는 손님이 처음이라서였음
할머니는 센베이 한 묶음을 내 손에 쥐여 주면서 이번엔 인사하고 나서 주라고 했음
센베이를 꺼내는 순간 사슴들이 아까보다 훨씬 깊게 고개를 숙였음
마지막 한 장까지 다 주고 빈손을 펴 보였더니 사슴들이 인사도 없이 흩어졌음
지금도 누가 고개 숙여 인사하면 손에 뭐 들었는지부터 보게 됨
일본 아사히카와 민박 할아버지랑 산책하는데 할아버지가 「무섭다」고 할 때마다 벤치에 앉았음
한국에서 드라마로 일본어를 배운 여행자라 「코와이」는 무섭다는 뜻으로만 알았음
숲길 입구에는 곰 조심 표지판이 있었고 할아버지 가방에는 방울이 달려 있었음
오르막을 조금 오르자 할아버지가 「아 코와이」 하면서 벤치에 털썩 앉았음
나는 곰이 나온 줄 알고 할아버지 앞을 막아서서 숲 쪽을 한참 살폈음
아무것도 안 보이길래 얼른 벗어나자고 할아버지 팔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음
그럴수록 할아버지는 「코와이」를 더 자주 말했고 벤치가 나올 때마다 앉았음
곰이 이렇게 무서운데도 손님 때문에 산책을 나와 주신 거라 생각하니 미안했음
마지막 벤치에서 번역기에 「곰 어디 있어요?」 쳐서 보여주자 할아버지가 화면을 한참 보더니
「곰은 없어 나는 그냥 다리가 힘들어」
홋카이도 사투리로 「코와이」는 무섭다가 아니라 지쳤다, 힘들다는 뜻이라고 함
한국으로 치면 「아이고 다리야」를 듣고 진짜 다친 줄 알고 업으려 한 거랑 비슷함
그런데 할아버지 쪽에서도 나를 보고 오해한 게 하나 있었음
내가 팔을 잡고 재촉하길래 한국 사람은 산책도 빨리하는 줄 알았다고 함
손님 속도에 맞춰 주려고 쉬지 않고 따라오느라 벤치마다 주저앉은 거였음
막아선 것도 재촉한 것도 털썩 앉은 것도 전부 서로를 챙기다 생긴 일이었음
민박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웃어서 저녁상 앞에서 한참 숨을 골랐음
다음 날 아침 나는 근육통 때문에 계단 앞에서 「코와이」가 저절로 나왔음
할아버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가방에서 곰 방울을 떼어 내 손에 쥐여 줬음
지금도 계단만 보면 「코와이」가 나오는데 엄마는 계단이 뭐가 무섭냐고 함
일본 오키나와 빈 해변에 돗자리 깔고 누웠는데 가게 할머니가 파라솔을 들고 계속 따라왔음
한국에서 휴가 내고 온 거라 텅 빈 바다를 혼자 차지할 생각에 들떠 있었음
한낮 해변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었고 모래는 발바닥이 뜨거울 만큼 달아 있었음
바다 앞 작은 가게 할머니가 커다란 파라솔을 끌고 와서 내 옆에 꽂았음
해가 움직이면 할머니가 다시 나와서 그림자가 내 위로 오게 파라솔을 옮겼음
조금 뒤에는 차가운 물병이랑 얇은 긴팔 셔츠를 말없이 돗자리에 두고 갔음
가게 앞 평상에 앉은 동네 아저씨들은 나를 볼 때마다 고개를 저었음
나중에 파라솔 값을 크게 받으시려나 싶어서 지갑부터 만져 봤음
해 질 무렵 할머니가 파라솔을 접더니 휴대폰 번역기를 켜서 내 앞에 내밀더니
「오키나와 사람은 낮에 바다 안 가 이제부터가 바다 시간이야」
오키나와는 햇볕이 워낙 세서 동네 사람들은 한낮엔 바다에 잘 안 나간다고 함
해가 기운 저녁에 티셔츠나 긴팔을 입은 채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한여름 정오에는 밭일을 쉬고 해 질 때 나가는 거랑 비슷함
파라솔도 물병도 긴팔 셔츠도 전부 한낮에 혼자 누운 관광객이 탈까 봐 한 거였음
아저씨들이 고개를 저은 것도 내가 걱정돼서였다고 할머니가 웃으며 알려줬음
정말로 저녁이 되자 빈 해변에 동네 가족들이 고기 굽는 판을 들고 하나둘 나왔음
나는 할머니가 준 긴팔을 입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그제야 바다에 들어갔음
다음 날 보니 얼굴은 파라솔 덕에 멀쩡했고 파라솔 밖에 나가 있던 발만 새빨갰음
할머니는 내 발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파라솔을 하나 더 꽂아 줬음
일본 고치 이자카야에서 술 마실 때마다 고개를 돌렸는데 사장님이 벽시계를 떼어 갔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어른이랑 마실 땐 고개를 돌리라고 배운 대로 한 게 다였음
옆자리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줘서 번역기로 이야기하며 한 잔씩 받았음
내가 고개를 돌리는 쪽 벽에는 커다란 둥근 시계가 걸려 있었음
세 번째 잔쯤부터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점점 빨리 하기 시작했음
사장님은 내 쪽을 힐끗 보더니 묻지도 않고 택시 회사 번호를 적어 줬음
다음 잔에 고개를 돌렸더니 벽에 시계는 없고 못만 하나 남아 있었음
할아버지 말이 빨라진 건 내가 술이 올라서 그렇게 들리는 줄 알았음
마지막 잔을 받고 또 고개를 돌리자 할아버지가 잔을 내려놓고 번역기를 내 앞으로 밀더니
「바쁘면 먼저 가도 돼 이제 시계 그만 봐」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일본에는 어른 앞에서 고개를 돌려 마시는 예절이 따로 없다고 함
그래서 내가 한 잔 마실 때마다 시계를 보는 줄 알았던 거임
한국으로 치면 이야기하는 중에 상대가 자꾸 손목시계를 보는 거랑 비슷함
빨라진 이야기도 택시 번호도 사라진 시계도 전부 바쁜 손님 붙잡아서 미안하다는 뜻이었음
한국에선 어른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게 예의라고 번역기로 설명했음
할아버지는 한참 웃더니 다음 잔부터 자기도 고개를 돌리고 마셨음
그걸 본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 따라 해서 가게 안 사람들이 전부 벽을 보고 마셨음
사장님은 웃으면서 시계를 다시 걸었는데 그날은 다들 시계를 보면서 마셔서 가게가 일찍 끝났음
일본 야마가타 민박 거실에서 할머니 말대로 누웠는데 온 가족이 숨죽이고 나를 지켜봤음
한국에서 일본어 1년 공부하고 간 여행자라 「네루」가 잔다는 말인 것만 알고 있었음
도착하자 할머니가 방석을 탁탁 치면서 「네맛테케로」 하고 웃었음
「네」 소리가 들려서 쉬라는 말인 줄 알고 방석을 베고 바닥에 누웠음
할머니는 잠깐 멈칫하더니 장롱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와서 덮어줬음
중학생 손자는 보던 TV 소리를 끝까지 줄이고 발끝으로 걸어 다녔음
말 한마디 알아듣고 바로 따라 한 내가 좀 자랑스러워서 진짜로 잠들었음
저녁상이 차려지자 할머니가 또 방석을 가리키며 「네맛테」 했음
밥상 옆에 다시 누우려는데 손자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휴대폰 번역기를 켜더니
「네마루는 여기 말로 앉으라는 뜻이에요」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야마가타 사투리로 「네마루」는 앉다, 편하게 있다는 말이라고 함
한국으로 치면 할머니가 「여기 앉아 쉬어」 한 걸 「누워 자」로 들은 거랑 비슷함
그런데 할머니도 나를 오해하고 있었음
내가 망설임 없이 바닥에 눕길래 한국 사람은 원래 바닥에서 쉬는 줄 알았다고 함
그래서 제일 두꺼운 이불을 꺼냈고 손자한테는 조용히 하라고 시킨 거였음
이불도 TV 소리도 발끝 걸음도 전부 손님 편하게 자라고 한 배려였던 거임
손자는 그날 저녁 내내 웃느라 밥을 거의 못 먹었음
그날 밤 할머니가 이불을 깔아주면서 이번엔 진짜로 자라고 「네로」 했음
나는 그 이불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음
일본 도야마 민박 할아버지한테 한국 소주를 선물했는데 다음 날 병이 천장 밑 선반에 올라가 있었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감사 인사로 캐리어에 챙겨 간 초록 병 소주를 드린 게 다였음
할아버지는 병을 두 손으로 받더니 한참 들여다보고 고개를 숙였음
다음 날 아침 그 병이 거실 천장 바로 밑 작은 나무 선반 위에 올라가 있었음
병 옆에는 하얀 접시에 쌀이랑 소금이 조금씩 담겨 있었음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그 선반 앞에서 손뼉을 두 번 치고 눈을 감았음
할머니는 내가 병을 쳐다볼 때마다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했음
한국 소주가 입에 안 맞아서 장식으로 올려두셨나 싶어서 조금 서운했음
떠나기 전날 밤 할아버지가 의자를 밟고 올라가 그 병을 조심스럽게 내리더니
「신께 먼저 드렸으니 이제 우리가 마실 차례야」 할아버지 말을 번역기가 이렇게 읽어줬음
그 선반은 집 안에 신을 모시는 「가미다나」라는 자리였음
좋은 술이 들어오면 먼저 신께 올렸다가 내려서 같이 마시는 집이 있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차례상에 먼저 올린 술을 나중에 음복하는 거랑 비슷함
쌀과 소금도 아침 손뼉도 전부 귀한 선물이라 신께 먼저 보여드린 거였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직접 말해주고 싶어 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고 함
그날 밤 셋이서 그 소주를 나눠 마시는데 병이 처음보다 조금 가벼웠음
할아버지는 「신이 맛을 보셨나 봐」 하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음
할머니가 웃으면서 할아버지를 가리켰고 할아버지는 끝까지 신이라고 우겼음
지금 우리 집 냉장고 위에도 소주가 한 병 올라가 있는데 아빠가 다녀가면 가벼워짐
일본 오카야마 동네 빵집에서 사장님 손에 돈을 건넸는데 다음 날 계산대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한국에서처럼 동전을 사장님 손바닥에 올려드린 게 다였음
첫날 사장님은 잠깐 멈칫하더니 내 동전을 작은 쟁반에 옮겨 담고 세었음
다음 날 아침엔 그 쟁반 위에 화살표를 그린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음
나는 화살표가 빵 진열대를 가리키는 줄 알고 크림빵을 하나 더 집어 왔음
사흘째엔 내 뒤에 선 할아버지가 동전을 쟁반에 하나씩 아주 천천히 내려놨음
할아버지는 다 내려놓고 나를 한 번 보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음
내 동전에 뭐가 묻었나 싶어서 손을 바지에 몇 번이나 닦았음
그날도 내가 손을 내밀자 사장님이 번역기를 켠 휴대폰을 쟁반 옆에 세우더니
「돈은 이 쟁반에 놓아주세요 같이 보면서 세려고요」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일본 가게에서는 돈을 손으로 주고받기보다 계산대의 작은 쟁반에 놓는 경우가 많다고 함
손님도 가게도 금액을 같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서로 헷갈릴 일이 없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은행 창구에서 돈을 직원 손 대신 창구 위에 올려두는 거랑 비슷함
쟁반도 화살표도 할아버지의 느린 동전도 전부 여기 놓아달라는 말이었던 거임
할아버지는 누구냐고 묻자 사장님이 웃으면서 빵 굽는 주방을 가리켰음
할아버지는 사장님 남편이었고 그날 일부러 손님인 척 내 뒤에 줄을 섰다고 함
사장님은 화살표 덕분에 크림빵이 매일 하나씩 더 팔렸다며 하나를 더 쥐여줬음
한국에 돌아와서 편의점에서 동전을 계산대에 내려놨더니 알바생이 손을 내민 채로 기다렸음
나는 아직도 계산할 때마다 손이랑 계산대 사이에서 멈칫함
일본 하코다테 게스트하우스에서 빈 캔을 쓰레기통에 던졌는데 거실 손님들이 박수를 쳤음
한국에서 일본어 2년 공부하고 간 여행자라 사장님 말을 하나도 안 놓치려고 애쓴 게 다였음
맥주를 다 마시자 사장님이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소레 나게테」 했음
「나게루」는 던지다라는 뜻이라 거실 끝에서 쓰레기통까지 캔을 휙 던졌음
캔이 쓰레기통에 쏙 들어가자 사장님 눈이 동그래졌음
다음 날엔 귤 껍질을 주면서 또 「나게테」 하길래 이번엔 더 멀리서 던졌음
소파에 있던 도쿄에서 온 대학생 둘이 「스고이」 하면서 손뼉을 쳤음
시키는 대로 척척 해내니까 내 일본어 듣기가 꽤 늘었구나 싶어서 뿌듯했음
셋째 날 휴지를 던지려고 팔을 들자 사장님이 웃음을 참으며 휴대폰을 들고 다가오더니
「던지라는 게 아니라 버리라는 말이에요」 사장님이 번역기 화면을 보여줬음
홋카이도에서는 「なげる」를 버린다는 뜻으로도 쓴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할머니가 사투리로 「갖다 버려라」 한 걸 진짜 멀리 던지라는 말로 들은 거랑 비슷함
사장님 눈이 동그래진 것도 대학생들 박수도 전부 내가 진짜로 던져서였던 거임
사장님은 처음엔 말리려다가 캔이 너무 잘 들어가서 그냥 지켜봤다고 함
그런데 대학생 둘도 도쿄 사람이라 그 뜻을 몰랐음
둘은 사장님이 손님들한테 시키는 게임인 줄 알고 박수를 친 거였음
마지막 밤엔 사장님이 쓰레기통을 거실 끝에 두고 귤 껍질 던지기 대회를 열어줬음
1등은 한 번도 안 빗나간 사장님이었음
지금도 한국 집에서 엄마가 「이거 버려」 하면 나는 쓰레기통까지 거리부터 잼
일본 시즈오카 민박에 묵었는데 사흘 내내 새벽마다 아주머니가 내 방 문을 두드렸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체크인할 때 번역기로 「후지산 보러 왔어요」 한마디 한 게 다였음
같이 간 친구가 코를 심하게 골아서 나는 귀마개를 끼고 자느라 노크를 한 번도 못 들었음
첫날 아침엔 문 밑에 산 그림이 그려진 쪽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음
둘째 날엔 산 그림 옆에 커다란 「?」가 붙어 있었고 아침상 앞 아주머니 표정이 어두웠음
셋째 날엔 친구가 「아주머니가 아침마다 우리 방 앞에 서 있더라」 하고 말했음
낮에 간 전망대는 매일 구름뿐이라 내가 운이 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음
체크아웃 날 아침 귀마개를 빼고 짐을 싸는데 또 노크 소리가 났음
문을 열자 아주머니가 번역기 화면을 내 얼굴 앞에 내밀더니
「후지산은 아침에만 잘 보여요 지금 창문 열어봐요」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후지산은 낮이 되면 구름에 가려지는 날이 많아서 맑은 아침이 제일 잘 보인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일출 보러 온 손님을 주인이 새벽에 깨워주는 거랑 비슷함
노크도 산 그림도 「?」도 방 앞에 서 있던 것도 전부 산이 보이는 아침마다 나를 깨우려던 거였음
아주머니는 내가 일부러 안 일어나는 줄 알고 사흘 동안 서운했다고 함
창문을 열자 눈 덮인 후지산이 정말 코앞에 있었음
아주머니는 옆에서 「요캇타」 다행이라고 하면서 나보다 더 좋아했음
그런데 친구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매일 아침 찍은 후지산 사진을 보여줬음
친구는 노크 소리에 매번 깨서 나를 흔들었는데 내가 「5분만」 하고 다시 잤다고 함
그 뒤로 나는 여행 갈 때 귀마개 대신 친구를 챙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