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고싶은사회초년생 (@jcdwey) profile picture

4.5만 패션계정 운영 경험 현재는 중소기업 개발자 인턴 AI 자동화로 월급 밖의 수익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Joined Septembe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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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모리 시장에서 사과 파는 할머니랑 10분 동안 대화했는데 나는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음 일본어 2년 공부하고 간 거라 사과 몇 개 사는 정도는 자신 있었음 할머니가 사과 하나를 들고 뭐라고 길게 말씀하셨고 나는 일단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음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할머니가 봉지에 사과를 하나씩 더 넣으셨음 할머니가 사과 한 조각을 깎아서 내 입 앞에 내밀고 "케" 한 글자만 하셔서 받아먹었음 옆 가게 할아버지가 그걸 보더니 박수를 치면서 뭐라고 한마디 하셨는데 그것도 못 알아들었음 내 일본어가 이 정도였구나 싶었음 봉지는 이미 사과 일곱 개로 터지기 직전이었음 같이 여행 온 도쿄 친구 사키를 불러서 통역 좀 해달라고 했음 사키가 할머니 말을 한참 듣더니 나를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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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민박에서 아침마다 할아버지한테 물통을 건넸는데 할아버지 귀가 점점 빨개졌음 한국에서 일본어 학원을 오래 다니고 간 여행이라 웬만한 말은 알아들을 자신이 있었음 첫날 아침 할머니가 밭에 나가는 할아버지 등에 대고 「스이토-」라고 했음 스이토는 물통이니까 할아버지가 물통을 두고 나가시는구나 싶었음 나는 신발장 옆 물통을 집어 들고 현관까지 뛰어가서 할아버지 손에 쥐여 드렸음 할아버지는 물통을 받더니 할머니 쪽을 한 번 보고 아무 말 없이 나갔음 다음 날도 할머니가 「스이토-」 했고 나는 이번엔 물까지 가득 채워서 건넸음 그다음 날은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둘러 신발을 신고 있었음 할머니는 그때마다 밥주걱으로 입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였음 내 일본어가 드디어 남의 집 살림에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서 꽤 뿌듯했음 마지막 날 아침 내가 물통을 들고 현관에 서 있자 할머니가 결국 주걱을 내려놓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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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물통 말고 좋아한다는 말이야」 할머니가 이번엔 아주 천천히 표준어로 다시 말해 줘서 알아들었음 후쿠오카 하카타 사투리로 「스이토-」는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함 표준어로 물통도 「스이토-」라서 일본어를 배운 사람일수록 헷갈린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여보 사랑해」 하는데 옆에서 「여보세요?」 하고 전화기를 건넨 거랑 비슷함 귀가 빨개진 것도 서둘러 신발 신은 것도 주걱 뒤에서 웃은 것도 전부 그 한마디 때문이었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40년 동안 대답을 한 번도 안 했다고 나한테 일러바쳤음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신문만 펼치고 끝까지 고개를 안 들었음 그런데 내가 떠나는 날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물통을 내밀면서 아주 작게 「스이토-」 했음 할머니는 물통을 끌어안고 부엌에서 한참 웃었음 지금도 할머니가 사진을 보내 주는데 할아버지 물통에 「스이토」라고 크게 써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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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라 공원에서 사슴한테 고개 숙여 인사했는데 사슴들이 줄지어 나를 따라왔음 한국에서 온 첫 일본 여행이라 센베이도 안 사고 사진만 찍고 올 생각이었음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사슴도 똑같이 고개를 꾸벅 숙였음 신기해서 한 번 더 숙였더니 옆에 있던 사슴 두 마리까지 같이 숙였음 그 뒤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슴이 하나둘 늘어나서 내 뒤를 따라왔음 길가에서 사슴 센베이를 파는 할머니는 나를 보고 손뼉을 치며 웃었음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사슴 행렬을 찍으면서 나한테 엄지를 들어 보였음 한국에서 배운 인사 예절이 사슴한테도 통하는구나 싶어서 꽤 뿌듯했음 그런데 맨 앞 사슴이 갑자기 내 지도를 물고 당겼고 센베이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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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들은 인사한 게 아니라 센베이 달라고 한 거야」 나라 사슴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면 따라 숙이는데 그게 먹이를 달라는 신호라고 함 먼저 숙여 주는 사람은 센베이를 주는 사람이라고 사슴들이 배운 거라고 함 한국으로 치면 단골이 가게에 들어와서 「늘 먹던 걸로」 하고 고개만 까딱하는 거랑 비슷함 꾸벅 숙인 것도 줄지어 따라온 것도 지도를 문 것도 전부 센베이 주문이었던 거임 할머니가 손뼉 친 건 센베이도 없이 인사만 하고 다니는 손님이 처음이라서였음 할머니는 센베이 한 묶음을 내 손에 쥐여 주면서 이번엔 인사하고 나서 주라고 했음 센베이를 꺼내는 순간 사슴들이 아까보다 훨씬 깊게 고개를 숙였음 마지막 한 장까지 다 주고 빈손을 펴 보였더니 사슴들이 인사도 없이 흩어졌음 지금도 누가 고개 숙여 인사하면 손에 뭐 들었는지부터 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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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카와 민박 할아버지랑 산책하는데 할아버지가 「무섭다」고 할 때마다 벤치에 앉았음 한국에서 드라마로 일본어를 배운 여행자라 「코와이」는 무섭다는 뜻으로만 알았음 숲길 입구에는 곰 조심 표지판이 있었고 할아버지 가방에는 방울이 달려 있었음 오르막을 조금 오르자 할아버지가 「아 코와이」 하면서 벤치에 털썩 앉았음 나는 곰이 나온 줄 알고 할아버지 앞을 막아서서 숲 쪽을 한참 살폈음 아무것도 안 보이길래 얼른 벗어나자고 할아버지 팔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음 그럴수록 할아버지는 「코와이」를 더 자주 말했고 벤치가 나올 때마다 앉았음 곰이 이렇게 무서운데도 손님 때문에 산책을 나와 주신 거라 생각하니 미안했음 마지막 벤치에서 번역기에 「곰 어디 있어요?」 쳐서 보여주자 할아버지가 화면을 한참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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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없어 나는 그냥 다리가 힘들어」 홋카이도 사투리로 「코와이」는 무섭다가 아니라 지쳤다, 힘들다는 뜻이라고 함 한국으로 치면 「아이고 다리야」를 듣고 진짜 다친 줄 알고 업으려 한 거랑 비슷함 그런데 할아버지 쪽에서도 나를 보고 오해한 게 하나 있었음 내가 팔을 잡고 재촉하길래 한국 사람은 산책도 빨리하는 줄 알았다고 함 손님 속도에 맞춰 주려고 쉬지 않고 따라오느라 벤치마다 주저앉은 거였음 막아선 것도 재촉한 것도 털썩 앉은 것도 전부 서로를 챙기다 생긴 일이었음 민박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웃어서 저녁상 앞에서 한참 숨을 골랐음 다음 날 아침 나는 근육통 때문에 계단 앞에서 「코와이」가 저절로 나왔음 할아버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가방에서 곰 방울을 떼어 내 손에 쥐여 줬음 지금도 계단만 보면 「코와이」가 나오는데 엄마는 계단이 뭐가 무섭냐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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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빈 해변에 돗자리 깔고 누웠는데 가게 할머니가 파라솔을 들고 계속 따라왔음 한국에서 휴가 내고 온 거라 텅 빈 바다를 혼자 차지할 생각에 들떠 있었음 한낮 해변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었고 모래는 발바닥이 뜨거울 만큼 달아 있었음 바다 앞 작은 가게 할머니가 커다란 파라솔을 끌고 와서 내 옆에 꽂았음 해가 움직이면 할머니가 다시 나와서 그림자가 내 위로 오게 파라솔을 옮겼음 조금 뒤에는 차가운 물병이랑 얇은 긴팔 셔츠를 말없이 돗자리에 두고 갔음 가게 앞 평상에 앉은 동네 아저씨들은 나를 볼 때마다 고개를 저었음 나중에 파라솔 값을 크게 받으시려나 싶어서 지갑부터 만져 봤음 해 질 무렵 할머니가 파라솔을 접더니 휴대폰 번역기를 켜서 내 앞에 내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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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사람은 낮에 바다 안 가 이제부터가 바다 시간이야」 오키나와는 햇볕이 워낙 세서 동네 사람들은 한낮엔 바다에 잘 안 나간다고 함 해가 기운 저녁에 티셔츠나 긴팔을 입은 채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한여름 정오에는 밭일을 쉬고 해 질 때 나가는 거랑 비슷함 파라솔도 물병도 긴팔 셔츠도 전부 한낮에 혼자 누운 관광객이 탈까 봐 한 거였음 아저씨들이 고개를 저은 것도 내가 걱정돼서였다고 할머니가 웃으며 알려줬음 정말로 저녁이 되자 빈 해변에 동네 가족들이 고기 굽는 판을 들고 하나둘 나왔음 나는 할머니가 준 긴팔을 입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그제야 바다에 들어갔음 다음 날 보니 얼굴은 파라솔 덕에 멀쩡했고 파라솔 밖에 나가 있던 발만 새빨갰음 할머니는 내 발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파라솔을 하나 더 꽂아 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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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치 이자카야에서 술 마실 때마다 고개를 돌렸는데 사장님이 벽시계를 떼어 갔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어른이랑 마실 땐 고개를 돌리라고 배운 대로 한 게 다였음 옆자리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줘서 번역기로 이야기하며 한 잔씩 받았음 내가 고개를 돌리는 쪽 벽에는 커다란 둥근 시계가 걸려 있었음 세 번째 잔쯤부터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점점 빨리 하기 시작했음 사장님은 내 쪽을 힐끗 보더니 묻지도 않고 택시 회사 번호를 적어 줬음 다음 잔에 고개를 돌렸더니 벽에 시계는 없고 못만 하나 남아 있었음 할아버지 말이 빨라진 건 내가 술이 올라서 그렇게 들리는 줄 알았음 마지막 잔을 받고 또 고개를 돌리자 할아버지가 잔을 내려놓고 번역기를 내 앞으로 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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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면 먼저 가도 돼 이제 시계 그만 봐」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일본에는 어른 앞에서 고개를 돌려 마시는 예절이 따로 없다고 함 그래서 내가 한 잔 마실 때마다 시계를 보는 줄 알았던 거임 한국으로 치면 이야기하는 중에 상대가 자꾸 손목시계를 보는 거랑 비슷함 빨라진 이야기도 택시 번호도 사라진 시계도 전부 바쁜 손님 붙잡아서 미안하다는 뜻이었음 한국에선 어른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게 예의라고 번역기로 설명했음 할아버지는 한참 웃더니 다음 잔부터 자기도 고개를 돌리고 마셨음 그걸 본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 따라 해서 가게 안 사람들이 전부 벽을 보고 마셨음 사장님은 웃으면서 시계를 다시 걸었는데 그날은 다들 시계를 보면서 마셔서 가게가 일찍 끝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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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가타 민박 거실에서 할머니 말대로 누웠는데 온 가족이 숨죽이고 나를 지켜봤음 한국에서 일본어 1년 공부하고 간 여행자라 「네루」가 잔다는 말인 것만 알고 있었음 도착하자 할머니가 방석을 탁탁 치면서 「네맛테케로」 하고 웃었음 「네」 소리가 들려서 쉬라는 말인 줄 알고 방석을 베고 바닥에 누웠음 할머니는 잠깐 멈칫하더니 장롱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와서 덮어줬음 중학생 손자는 보던 TV 소리를 끝까지 줄이고 발끝으로 걸어 다녔음 말 한마디 알아듣고 바로 따라 한 내가 좀 자랑스러워서 진짜로 잠들었음 저녁상이 차려지자 할머니가 또 방석을 가리키며 「네맛테」 했음 밥상 옆에 다시 누우려는데 손자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휴대폰 번역기를 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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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마루는 여기 말로 앉으라는 뜻이에요」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야마가타 사투리로 「네마루」는 앉다, 편하게 있다는 말이라고 함 한국으로 치면 할머니가 「여기 앉아 쉬어」 한 걸 「누워 자」로 들은 거랑 비슷함 그런데 할머니도 나를 오해하고 있었음 내가 망설임 없이 바닥에 눕길래 한국 사람은 원래 바닥에서 쉬는 줄 알았다고 함 그래서 제일 두꺼운 이불을 꺼냈고 손자한테는 조용히 하라고 시킨 거였음 이불도 TV 소리도 발끝 걸음도 전부 손님 편하게 자라고 한 배려였던 거임 손자는 그날 저녁 내내 웃느라 밥을 거의 못 먹었음 그날 밤 할머니가 이불을 깔아주면서 이번엔 진짜로 자라고 「네로」 했음 나는 그 이불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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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야마 민박 할아버지한테 한국 소주를 선물했는데 다음 날 병이 천장 밑 선반에 올라가 있었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감사 인사로 캐리어에 챙겨 간 초록 병 소주를 드린 게 다였음 할아버지는 병을 두 손으로 받더니 한참 들여다보고 고개를 숙였음 다음 날 아침 그 병이 거실 천장 바로 밑 작은 나무 선반 위에 올라가 있었음 병 옆에는 하얀 접시에 쌀이랑 소금이 조금씩 담겨 있었음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그 선반 앞에서 손뼉을 두 번 치고 눈을 감았음 할머니는 내가 병을 쳐다볼 때마다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했음 한국 소주가 입에 안 맞아서 장식으로 올려두셨나 싶어서 조금 서운했음 떠나기 전날 밤 할아버지가 의자를 밟고 올라가 그 병을 조심스럽게 내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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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 먼저 드렸으니 이제 우리가 마실 차례야」 할아버지 말을 번역기가 이렇게 읽어줬음 그 선반은 집 안에 신을 모시는 「가미다나」라는 자리였음 좋은 술이 들어오면 먼저 신께 올렸다가 내려서 같이 마시는 집이 있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차례상에 먼저 올린 술을 나중에 음복하는 거랑 비슷함 쌀과 소금도 아침 손뼉도 전부 귀한 선물이라 신께 먼저 보여드린 거였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직접 말해주고 싶어 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고 함 그날 밤 셋이서 그 소주를 나눠 마시는데 병이 처음보다 조금 가벼웠음 할아버지는 「신이 맛을 보셨나 봐」 하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음 할머니가 웃으면서 할아버지를 가리켰고 할아버지는 끝까지 신이라고 우겼음 지금 우리 집 냉장고 위에도 소주가 한 병 올라가 있는데 아빠가 다녀가면 가벼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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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카야마 동네 빵집에서 사장님 손에 돈을 건넸는데 다음 날 계산대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한국에서처럼 동전을 사장님 손바닥에 올려드린 게 다였음 첫날 사장님은 잠깐 멈칫하더니 내 동전을 작은 쟁반에 옮겨 담고 세었음 다음 날 아침엔 그 쟁반 위에 화살표를 그린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음 나는 화살표가 빵 진열대를 가리키는 줄 알고 크림빵을 하나 더 집어 왔음 사흘째엔 내 뒤에 선 할아버지가 동전을 쟁반에 하나씩 아주 천천히 내려놨음 할아버지는 다 내려놓고 나를 한 번 보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음 내 동전에 뭐가 묻었나 싶어서 손을 바지에 몇 번이나 닦았음 그날도 내가 손을 내밀자 사장님이 번역기를 켠 휴대폰을 쟁반 옆에 세우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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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이 쟁반에 놓아주세요 같이 보면서 세려고요」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일본 가게에서는 돈을 손으로 주고받기보다 계산대의 작은 쟁반에 놓는 경우가 많다고 함 손님도 가게도 금액을 같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서로 헷갈릴 일이 없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은행 창구에서 돈을 직원 손 대신 창구 위에 올려두는 거랑 비슷함 쟁반도 화살표도 할아버지의 느린 동전도 전부 여기 놓아달라는 말이었던 거임 할아버지는 누구냐고 묻자 사장님이 웃으면서 빵 굽는 주방을 가리켰음 할아버지는 사장님 남편이었고 그날 일부러 손님인 척 내 뒤에 줄을 섰다고 함 사장님은 화살표 덕분에 크림빵이 매일 하나씩 더 팔렸다며 하나를 더 쥐여줬음 한국에 돌아와서 편의점에서 동전을 계산대에 내려놨더니 알바생이 손을 내민 채로 기다렸음 나는 아직도 계산할 때마다 손이랑 계산대 사이에서 멈칫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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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코다테 게스트하우스에서 빈 캔을 쓰레기통에 던졌는데 거실 손님들이 박수를 쳤음 한국에서 일본어 2년 공부하고 간 여행자라 사장님 말을 하나도 안 놓치려고 애쓴 게 다였음 맥주를 다 마시자 사장님이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소레 나게테」 했음 「나게루」는 던지다라는 뜻이라 거실 끝에서 쓰레기통까지 캔을 휙 던졌음 캔이 쓰레기통에 쏙 들어가자 사장님 눈이 동그래졌음 다음 날엔 귤 껍질을 주면서 또 「나게테」 하길래 이번엔 더 멀리서 던졌음 소파에 있던 도쿄에서 온 대학생 둘이 「스고이」 하면서 손뼉을 쳤음 시키는 대로 척척 해내니까 내 일본어 듣기가 꽤 늘었구나 싶어서 뿌듯했음 셋째 날 휴지를 던지려고 팔을 들자 사장님이 웃음을 참으며 휴대폰을 들고 다가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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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라는 게 아니라 버리라는 말이에요」 사장님이 번역기 화면을 보여줬음 홋카이도에서는 「なげる」를 버린다는 뜻으로도 쓴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할머니가 사투리로 「갖다 버려라」 한 걸 진짜 멀리 던지라는 말로 들은 거랑 비슷함 사장님 눈이 동그래진 것도 대학생들 박수도 전부 내가 진짜로 던져서였던 거임 사장님은 처음엔 말리려다가 캔이 너무 잘 들어가서 그냥 지켜봤다고 함 그런데 대학생 둘도 도쿄 사람이라 그 뜻을 몰랐음 둘은 사장님이 손님들한테 시키는 게임인 줄 알고 박수를 친 거였음 마지막 밤엔 사장님이 쓰레기통을 거실 끝에 두고 귤 껍질 던지기 대회를 열어줬음 1등은 한 번도 안 빗나간 사장님이었음 지금도 한국 집에서 엄마가 「이거 버려」 하면 나는 쓰레기통까지 거리부터 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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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즈오카 민박에 묵었는데 사흘 내내 새벽마다 아주머니가 내 방 문을 두드렸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 체크인할 때 번역기로 「후지산 보러 왔어요」 한마디 한 게 다였음 같이 간 친구가 코를 심하게 골아서 나는 귀마개를 끼고 자느라 노크를 한 번도 못 들었음 첫날 아침엔 문 밑에 산 그림이 그려진 쪽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음 둘째 날엔 산 그림 옆에 커다란 「?」가 붙어 있었고 아침상 앞 아주머니 표정이 어두웠음 셋째 날엔 친구가 「아주머니가 아침마다 우리 방 앞에 서 있더라」 하고 말했음 낮에 간 전망대는 매일 구름뿐이라 내가 운이 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음 체크아웃 날 아침 귀마개를 빼고 짐을 싸는데 또 노크 소리가 났음 문을 열자 아주머니가 번역기 화면을 내 얼굴 앞에 내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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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은 아침에만 잘 보여요 지금 창문 열어봐요」 화면에 이렇게 떠 있었음 후지산은 낮이 되면 구름에 가려지는 날이 많아서 맑은 아침이 제일 잘 보인다고 함 한국으로 치면 일출 보러 온 손님을 주인이 새벽에 깨워주는 거랑 비슷함 노크도 산 그림도 「?」도 방 앞에 서 있던 것도 전부 산이 보이는 아침마다 나를 깨우려던 거였음 아주머니는 내가 일부러 안 일어나는 줄 알고 사흘 동안 서운했다고 함 창문을 열자 눈 덮인 후지산이 정말 코앞에 있었음 아주머니는 옆에서 「요캇타」 다행이라고 하면서 나보다 더 좋아했음 그런데 친구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매일 아침 찍은 후지산 사진을 보여줬음 친구는 노크 소리에 매번 깨서 나를 흔들었는데 내가 「5분만」 하고 다시 잤다고 함 그 뒤로 나는 여행 갈 때 귀마개 대신 친구를 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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