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가 햇빛을 받고 있어서 그랬는지 몸을 뒤로 기대니 등이 따뜻해졌다. 눈이 저절로 감겼다. 바람이 부는 게 느껴졌다. 바람은 넓은 공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진한 나무 내음을 실어왔다.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바람이다. 쇼핑 봉투에 담을 수 없는 이 가을 햇살과 바람을 나는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다.
꼰대와 진짜 어른의 말은 어떻게 걸러 들을 수 있을까.
자기 삶을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면 된다.
(그들이 먼저 찾아오기도 한다. 그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방식이 정답인 양 이야기하며 내 삶을 평가하는 사람의 말은 듣고 거르면 된다.
<일놀놀일>
날카로운 진실보다 따뜻한 침묵이 나을 때가 있고, 객관적인 비판보다 진실한 격려가 누군가의 무너진 세계를 다시 세우는 유일한 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입술을 떠난 문장이 상대에게 치명적인 독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의 온도를 담아 말을 고르고 건네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신영준, 고영성<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생각>
친절은 이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다. 상대의 처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먼저 부드러움을 건네는 것이다.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틸 힘이 될 수 있고, 사소한 따뜻함이 절망의 끝에 선 사람에게는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내 삶에는 나만의 속도가 있고, 나에게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 있다. 이 믿음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다른 이의 행복도 진실로 바랄 수 있다.
오늘은 누군가의 좋은 소식 앞에 잠깐 멈춰 서서 이렇게 말해 보고 싶다.
“그래, 저 사람은 그것을 누려도 괜찮다. 그가 진심으로 행복해지면 좋겠다.”
-조아란, 권희, 이정윤<마음의 어휘력>
“더 이야기했어야 했어요.”
말이 힘없이 새어 나왔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사과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면, 그랬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후회, 하지 말고 살자.”
내가 두 주먹을 꽉 쥐자 세이 오빠가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내일의 나에게 너무 미루는 경향이 있어.”
내일로, 그리고 또 내일로. 맞는 말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오늘의 내가 움직여야 했다.
-마치다 소노코<새벽의 틈새>
이상해. 내가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존재였을 때 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미워했어. 하지만 사랑을 받으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순간이라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참을 수가 없어.
-악시 오<바다에 빠진 소녀>
한 세월 살다 보면, 제법 잘 살아왔다고 여겼던 오만도, 남들처럼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는 겸손도 문득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마는 그런 날이 오게 마련입니다. 채울 틈조차 없이 살았던 내 삶의 헛헛한 빈틈들이 마냥 단단한 줄만 알았던 내 삶의 성벽들을 간단히 무너뜨리는 그런 날,
그때가 되면 누구나 허우룩하게 묻곤 합니다. 사는 게 뭐 이러냐고. 그래요, 잊어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잊을 수 없는 것은 어차피 잊혀지지가 앉는 , 잊은 줄 알았다가도 잊혔다 믿었다가도 그렁그렁 고여 온 그리움들이 여민 가슴 틈새로 툭 터져 나오고, 그러면 그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겁니다.
기대고 싶다. 사실 조금 지친지도 모르고 굳게 먹은 마음이 약해진 지도 모른다. 그냥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선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울상을 짓고 싶다. 그러면 그 사람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겠지.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두 팔을 벌려줄 것이다. 나는 그 삶의 품에 가득 안겨 따뜻한 냄새를 맡으며 울음을 터트릴지도 모른다.
-신하영<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 나는 ‘나 자신’보다 사랑스러운 것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어디에도 ‘나’보다 사랑스러운 것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다른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동물도, 세균도, 온갖 살아있는 것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운 법입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다 자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안다면
다른 살아있는 것들에게 상처주지 마세요.
-코이케 류노스케<초역 부처의 말>
올해의 책 일기 107. 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김성민)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은 몰랐으면 하는 비밀도 있고, 관심 있는 남자아이도 있는 평범한 아이가 만난 악의. 서로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명목으로 타인을 상처입히는 복수 대행 채팅방과 다정한 우정과 성장이 함께 담긴 청소년 소설.
올해의 책 일기 106. 빵충 사육 준수 사항(김혜영) 트럼펫에 삶을 바쳤지만 루저가 되어 귀농한 주인공이 국가 주도 사업으로 새롭게 키우게 된 빵충. 인간이라는 괴물이 만든 빵충이 정말 괴물이 되어 사람들을 잠아먹으면서 벌어지는 한 편의 영화같은 이야기. 피비린내 나고 도파민 터지는 소설.
올해의 책 일기 105. 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정지음) 학창시절 내내 자신을 쌈닭으로 만들던 내 머릿속의 미친 개떼들의 이름이 'ADHD'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자신이 싸울 것이 무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노력이 담긴 에세이.

